필름카메라

세계 최초의 싱글렌즈 리플렉스 카메라, 제이스 이카렉스

디노상 2025. 3. 23. 11:33

세계 최초의 싱글렌즈 리플렉스 카메라, 제이스 이카렉스

사진 기술의 혁명적 발명: 이카렉스의 탄생과 역사적 발전 과정

1936년, 사진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이루어졌다. 제이스(Ihagee) 카메라사는 세계 최초의 35mm 싱글렌즈 리플렉스(SLR) 카메라인 '이카렉스(Exakta)'를 출시했다. 이 혁신적인 카메라는 카를 누흐트란(Karl Nüchterlein)이 설계한 것으로, 그는 이미 1933년에 중형 필름용 '엑자트(VP Exakta)'를 개발한 바 있었다. 이카렉스는 현대 SLR 카메라의 기본 원리를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이 원리는 사진가가 렌즈를 통해 직접 보는 것과 동일한 이미지를 필름에 기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정확한 구도와 초점 확인을 가능하게 했다. 초기 모델인 이카렉스 버전 1.0(나중에 이카렉스 A로 알려짐)에서부터 혁신적인 기능들이 도입되었다. 이 카메라는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 교환식 렌즈 시스템, 그리고 당시로서는 놀라운 1/1000초의 셔터 속도를 자랑했다. 1938년에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이카렉스 B가 출시되었으며, 1950년에는 이카렉스 Varex(미국에서는 이카렉스 VX로 알려짐)가 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이카렉스의 발전과 제이스 회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드레스덴은 심각한 폭격을 받았고, 전쟁 후 동독 지역에 위치하게 되면서 회사는 국유화되었다. 동독 정부 하에서도 이카렉스 생산은 계속되었으나, 서방 세계와의 기술 격차가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이카렉스 RTL, 이카렉스 TL 등의 모델이 출시되었지만, 일본 카메라 제조사들의 빠른 기술 혁신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이카렉스의 생산은 1972년까지 계속되었으며, 총 생산량은 약 60만 대로 추정된다. 비록 생산은 중단되었지만, 이카렉스가 확립한 SLR 설계 원칙은 이후 모든 SLR 카메라의 기초가 되었다.

이카렉스의 기술적 특징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었다. 무엇보다 펜타프리즘이 아닌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를 사용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이후 모델에서는 펜타프리즘도 옵션으로 제공됨). 셔터는 초점면 셔터로, 모든 교환식 렌즈와 호환이 가능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셔터 릴리즈 버튼이 카메라 전면 왼쪽에 위치했다는 점인데, 이는 오늘날의 표준과는 다른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이카렉스의 렌즈 마운트는 바요넷 방식으로, 다양한 렌즈를 신속하게 교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카를 자이스 예나(Carl Zeiss Jena)와 마이어(Meyer)를 포함한 여러 독일 광학 회사들이 이카렉스용 렌즈를 생산했다. 사용법 측면에서 이카렉스는 현대 SLR에 익숙한 사진가들에게는 다소 독특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전면 왼쪽 셔터 버튼 외에도, 필름 감기는 좌측에 위치한 레버로 이루어졌다. 셔터 속도는 카메라 상단에서 설정했으며, 초점은 렌즈를 직접 돌려 조절했다. 이카렉스의 장점으로는 혁신적인 SLR 디자인, 다양한 렌즈와의 호환성, 당시로서는 빠른 셔터 속도 등이 있었다. 단점으로는 다소 복잡한 작동 방식, 펜타프리즘 부재로 인한 좌우 반전 이미지(초기 모델), 그리고 견고하지만 상당히 무거운 바디 등이 있었다.

사진 예술의 역사적 도구: 이카렉스를 사용한 거장들과 현대적 가치

이카렉스를 사용한 유명 사진작가들 중에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이 있다. 그는 주로 라이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정 프로젝트에서는 이카렉스도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로버트 카파(Robert Capa)도 일부 작업에서 이카렉스를 사용했으며, 특히 스페인 내전 기간 동안 촬영한 일부 사진에 이 카메라가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라즐로 모홀리-나기(László Moholy-Nagy)는 실험적인 작업에 이카렉스를 활용했으며, 특히 그 교환식 렌즈 시스템의 창의적 가능성을 탐구했다. 할리우드 영화 "리어 윈도우(Rear Window)"에서 제임스 스튜어트의 캐릭터가 사용한 카메라도 이카렉스였다. 이는 대중문화에서 이카렉스의 전문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예시다. 현대 사진에서 이카렉스는 주로 역사적, 수집적 가치를 지닌다. 디지털 시대에도 일부 필름 애호가들은 이카렉스의 독특한 기계적 특성과 시각적 표현을 경험하기 위해 이 카메라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카렉스의 독특한 디자인과 작동 방식은 표준화된 현대 카메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창의적 접근법을 제공한다. 2023년 현재, 이카렉스는 빈티지 카메라 수집가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상태가 좋은, 정상 작동하는 이카렉스는 약 300-800달러 사이에서 거래되며, 희귀한 렌즈나 액세서리가 포함된 세트는 그 이상의 가격에 판매된다. 특히 전쟁 이전에 제작된 초기 모델이나 특별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제품은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카렉스의 현대적 가치는 단순한 수집품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진 기술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로서 교육적 가치가 크다. 많은 사진학교와 워크숍에서 SLR의 기본 원리를 설명할 때 이카렉스를 역사적 사례로 언급한다. 또한 이카렉스는 동독의 광학 산업과 냉전 시대 기술 역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사진 역사를 넘어 20세기 정치경제사의 측면에서도 연구된다. 이카렉스를 유지 관리하는 것은 오늘날 어느 정도 도전적 과제다. 부품이 희귀하고, 수리 전문가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영국, 미국 등지에 여전히 이카렉스 수리에 전문화된 기술자들이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용자들이 정보와 조언을 공유하고 있다. 이카렉스를 사용하고자 하는 현대 사진가들은 몇 가지 실용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광학 성능은 현대 렌즈에 비해 떨어질 수 있으며, 셔터 속도의 정확성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필름 로딩이 다소 까다롭고, 일부 메커니즘이 예민해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카렉스로 촬영하는 경험은 현대 디지털 사진과는 완전히 다른 창의적, 감각적 과정을 제공한다. 이는 '슬로우 포토그래피'의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 사진가들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디지털 사진의 즉시성과 완벽함에 익숙해진 시대에, 이카렉스와 같은 역사적 카메라는 사진이 본질적으로 시간과 빛을 포착하는 기계적, 화학적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아날로그적 접근은 현대 사진 실천에 깊이와 의미를 더해주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이카렉스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