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

이탈리아 디자인의 정수를 담은 카메라, 롬바르도 후 24

디노상 2025. 3. 25. 14:39

밀라노 장인정신의 희귀한 보석: 롬바르도 후 24의 역사와 기술적 특징

1950년대 중반, 이탈리아 밀라노의 작은 공방에서 가장 독특한 카메라 중 하나가 탄생했다. 롬바르도 광학공업(Lombardo Optical Industries)의 설립자 안토니오 롬바르도(Antonio Lombardo)는 예술적 감각과 정밀 공학을 결합한 롬바르도 후 24(Lombardo Fu 24)를 발표했다. '후(Fu)'는 이탈리아어로 '미래'를 의미하는 '푸투로(Futuro)'의 약자로, 당시 이탈리아를 사로잡은 미래주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했다. 롬바르도는 고급 자동차와 가구 디자인으로 명성이 높았던 밀라노의 디자인 전통에 영감을 받아, 카메라를 단순한 기능적 도구가 아닌 예술 작품으로 접근했다. 비정통적인 24x32mm 필름 포맷을 채택한 후 24는 기존 35mm 필름을 사용하지만 독특한 프레임 크기로 더 많은 이미지(36장 대신 40장)를 촬영할 수 있었다. 생산량은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1956년부터 1962년까지 약 2,000대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롬바르도의 작은 공방 규모와 장인 중심 생산 방식 때문에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고, 1963년 롬바르도의 사망 이후 회사는 문을 닫았다. 롬바르도 후 24의 기술적 특징은 매우 독특했다. 바디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손으로 깎아 만들었으며, 마감은 이탈리아 럭셔리 자동차에서 영감받은 유선형 디자인과 양극 처리된 다양한 색상(주로 붉은색, 검은색, 옅은 청록색)으로 제공되었다. 렌즈는 롬바르도가 직접 설계한 6군 4매 구성의 롬바르디나(Lombardina) 50mm f/2.0으로, 독특한 소프트 포커스 특성과 풍부한 중간톤 렌더링으로 유명했다. 셔터는 이탈리아 셔터 제조업체 코팔리(Copali)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기계식으로 1/500초까지 지원했다. 독특한 특징으로는 한 손으로 작동 가능한 특별한 초점 및 조리개 조절 시스템이 있었는데, 이는 롬바르도가 당시 고급 카페 커피 머신의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것이었다. 또 다른 혁신적 요소는 반자동 필름 되감기 시스템으로, 촬영 후 바디 하단의 작은 레버를 당기면 스프링 메커니즘이 작동하여 필름을 자동으로 되감았다. 뷰파인더는 0.8x 배율로 밝고 선명했으며, 노출계는 별도로 제공되지 않아 외부 측광이 필요했다. 1959년부터는 일부 고급 모델에 셀레늄 노출계가 내장되기도 했다.

예술가들의 비밀 무기: 롬바르도 후 24의 사용 경험과 현대적 가치

롬바르도 후 24의 사용 경험은 대부분의 표준 카메라와 달랐다. 필름 장전은 상단이 아닌 측면에서 이루어졌으며, 초점 조절은 렌즈 주변을 회전시키는 대신 측면의 독특한 다이얼로 수행했다. 이러한 비정통적 배치는 처음에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적응하면 매우 직관적이고 빠른 작동이 가능했다. 조리개와 셔터 속도 설정은 렌즈 주변의 링이 아닌 상단 패널의 통합 다이얼로 이루어졌다. 후 24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롬바르디나 렌즈의 독특한 렌더링 특성이었다. 완전히 선명하면서도 미묘한 글로우(glow) 효과를 제공하는 이 렌즈는 특히 인물 사진과 거리 사진에서 독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장점으로는 뛰어난 인체공학적 디자인, 우아한 미학, 신뢰할 수 있는 기계식 구성, 그리고 롬바르디나 렌즈의 매력적인 렌더링이 있었다. 단점으로는 표준이 아닌 프레임 크기로 인한 현상 문제, 희소성으로 인한 수리 어려움, 외부 노출계 필요성 등이 있었다. 롬바르도 후 24를 사용한 유명 사진가들로는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다큐멘터리 사진가 마리오 지아코멜리(Mario Giacomelli)가 있다. 그는 후 24로 촬영한 일련의 흑백 이미지들을 통해 후 24 렌즈의 독특한 대비와 보케를 활용했다. 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도 이탈리아 여행 중 잠시 후 24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미국의 패션 사진가 릴리안 배스먼(Lillian Bassman)은 1950년대 후반 몇몇 실험적 패션 작업에 후 24를 활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후 24는 주로 예술 사진가들과 디자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컬트' 카메라로 남아있었다.

현대 사진에서 롬바르도 후 24는 주류 장비라기보다는 특별한 창의적 도구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일부 현대 아트 사진가들은 디지털 완벽주의에 대한 반응으로 후 24의 독특한 렌더링과 비표준 프레임 비율을 창의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패션 사진과 개념적 인물 사진 분야에서 후 24의 독특한 미학적 특성이 재평가되고 있다. 컬렉터 시장에서 롬바르도 후 24는 극도의 희소성으로 인해 매우 가치 있는 아이템이다. 2023년 기준으로 작동 상태의 후 24는 경매에서 3,000-7,000달러 선에 거래되며, 완벽한 컨디션의 모델이나 희귀한 색상 옵션은 10,000달러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특히 원래의 가죽 케이스, 설명서, 액세서리가 함께 있는 완전한 세트는 컬렉터들 사이에서 큰 프리미엄을 받는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불과 5-10대 정도만 시장에 나타나기 때문에, 경매에 등장할 때마다 큰 관심을 받는다. 후 24를 구매하려는 컬렉터들에게는 몇 가지 중요한 고려사항이 있다. 첫째, 롬바르디나 렌즈의 상태가 결정적이다. 이 렌즈들은 특별한 코팅 처리가 되어 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코팅이 열화되면 이미지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초점 및 조리개 조절 메커니즘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셋째, 바디의 마감 상태는 컬렉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롬바르도 후 24는 단순한 카메라를 넘어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의 역사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밀라노 현대 미술관과 뉴욕 현대 미술관(MoMA)의 디자인 컬렉션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2018년에는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에서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의 숨겨진 보석들'이라는 전시의 일부로 소개되기도 했다. 롬바르도 후 24는 그 희소성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해 앞으로도 카메라 역사의 흥미로운 챕터로 남을 것이며, 기능성과 예술성의 완벽한 결합을 추구했던 이탈리아 디자인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귀중한 유산으로 계속해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